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부당한 말을 들었을 때,
억울한 일을 겪었을 때,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이 떠오를 때.
그때 마음속에서는 분노와 미움이 쉽게 올라온다.
미움은 겉으로 보면 상대를 향한 감정처럼 보인다.
'저 사람이 잘못했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그 감정을 상대에게 돌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이 감정은 이상하게도 상대보다 내 마음을 더 괴롭게 만든다.
그 일을 계속 떠올리게 되고 생각할수록 화가 커진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마음속에서는 몇 번이고 다시 반복된다.
불교에서는 이런 미움을 불길에 비유한다.
남을 태우기 위해 불을 붙인 것처럼 보이지만
먼저 타는 것은 그 불을 들고 있는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미움은 마음속에 오래 머무를수록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감정을 계속 소모하게 만든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미움을 붙잡고 있기보다 '자비(慈悲)'라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자비는 무조건 참고 견디라는 뜻이 아니다.
상대의 행동이 옳다고 억지로 인정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움이라는 감정에 내 마음을 계속 묶어 두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화가 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억울한 말을 듣고 속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 감정은 충분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하며 마음속에서 반복해서 떠올리면
그 감정은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
그때
'저 새끼도 지 나름대로의 괴로움 속에 있을 수 있겠구나.'
이렇게 생각해 보면 마음의 긴장이 조금 풀리기도 한다.
이 생각이 그 사람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람에 대한 미움에 내 마음을 계속 묶어 두지 않게 해 준다.
불교에서는 미움은 결국 나를 해치는 감정이라고 본다.
그리고 자비는 상대를 위해서라기보다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향한 미움이 마음속에서 계속 타오르고 있다면
그 불길을 더 키우기보다 조금 내려놓는 것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일지도 모른다.